여러분은 평소에 무슨 음악을 자주 듣고 다니시나요?
저는 애니송을 자주 듣고 다니는데, 누가 물어보면 대답하기 민망해서 클래식이라고 답변하곤 한답니다. 하하.
그냥 뭔가 평소에 클래식 듣고 다닌다고 하면 좀 있어 보이기도 하고… 그렇잖아요?
여기서 ‘이 고얀 놈! 참 뻔뻔하게 거짓말 하는구나!’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으시겠지만..
사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랍니다.
저도 클래식 자주 듣거든요. 엄연히 애니 안에서 나왔던 클래식만!
‘애니에서 무슨 클래식이 나와?’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의외로 클래식을 BGM으로 사용하여 연출을 시도하는 애니메이션이 꽤 많답니다.
적절하게 편곡을 하여 애니의 타이틀 BGM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중요한 특정 에피소드에서 긴장감을 폭발 시키기 위해 사용하기도 하죠.
오늘은 제가 평소에 자주 듣는 애니메이션 속 클래식 중 5가지 정도를 뽑아왔습니다.
원피스 알라바스타 편에서 최종 보스 크로커다일과 루피의 대결에서 사용된 곡입니다.
위 영상은 그 전투 장면을 담고 있지요.
사용된 곡의 정확한 명칭은 드보르작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4악장입니다.
온몸이 모래로 변해 루피의 주요한 공격인 주먹의 타격을 전혀 받지 않는 강력한 상대였던 크로커다일.
‘이 자식을 어떻게 이기란 거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첫등장 이후 압도적인 강력함을 뽐냈죠.
당시에는 ‘자연계’ 와 같은 열매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고, 패기의 개념은 더욱이 없었던 때라 그의 존재 자체가 어떤 재앙에 가까웠습니다.
모래를 삼키는 전략도, 물을 적셔 공격하는 전략도 전혀 통하지 않고 주인공 루피를 2번이나 전투 불능으로 만들지만, 루피는 끝없이 부활해서 그의 앞에 다시 섭니다.
최후의 최후에서 온몸이 피칠갑이 된 루피가 사력을 다해 주먹을 날리고, 결국 크로커다일의 모래를 뚫고 타격을 입히는 것에 성공하죠.
어떤 뾰족하고 체계적인 전략으로 이긴 것이 아닙니다.
말 그대로 최선을 다해서, 주먹이 통하지 않던 상대를 주먹으로 꺾어내는 모습이 ‘원피스’다워서 좋았던 장면입니다.
저는 이 클래식을 원피스를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지금 명칭을 외우고 있는 클래식 대부분이 애니메이션을 통한 것들이 전부라 봐도 무방하긴 합니다만..
이 클래식은 드라마나 영화 등 각종 미디어에서 주로 사용되는 음악이기에 이미 익숙한 분들도 꽤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표적으로 팬트 하우스라는 우리나라 드라마에서도 사용이 되었고..
KBO를 보셨던 팬분들은 ‘이종범, 이종범, 안타~ 이종범’ 이라는 KIA의 이종범 선수 응원가 멜로디로 익숙하실 겁니다.
본격 일상 미스터리 추리쇼. 빙과입니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소설 ‘고전부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이죠.
늘 무언가에 열정을 보이지 못하는 똑똑한 청년 ‘오레키 호타로’가 고전부라는 특이한 동아리에 입부합니다.
이곳에서 만나게 된 동급생 ‘치탄다 에루’는 늘 무언가에 호기심을 갖는 미스터리 유발자 소녀였습니다.
일상 속에서 누군가는 고개도 갸우뚱하지 않고 지나갈 일에,
그녀는 고개를 기울이고, 눈을 반짝이며 이렇게 말합니다.
“신경 쓰여요!”
이 마법과도 같은 문장을 시작으로, ‘오레키 호타로’는 무심한 남고생에서 그녀만을 위한 셜록홈즈가 됩니다.
천천히 느린 시냇물처럼 흘러가는 일상 속에 작은 돌멩이를 퐁당퐁당 던지는 것 같은 분위기랄까요.
작품 특유의 잔잔함을 대표하는 BGM이 바로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 입니다.
사실 이 클래식 뿐만이 아니라, 애니메이션 내에는 다양한 클래식들이 활용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예 이 클래식 전체를 모아둔 플레이리스트를 위에 첨부한 거죠.
적절하게 편곡되어 듣기도 좋고, 음악을 감상할 때마다 빙과를 처음 감상했던 그때로 돌아간 기분을 받습니다.
클래식.. 고전.. 고전부..
고전부 시리즈를 연출하기 위해서는 역시 클래식이 최고였던 것 같기도 합니다. 하하.
디지몬 어드벤처 극장판 1기 – 운명적 만남에 등장한 90년대생이라면 유명한 장면입니다.
위 장면에서 사용된 BGM의 이름이 바로 “Bolero”라고 합니다.
볼레로라고 부르고, 그 태생은 발레 음악이었다고 하네요. 지금에 와서는 연주회에서 더 자주 쓰이는 음악입니다.
디지털 세계에서 거대한 디지몬이 지상으로 강림하고, 그 거대 디지몬을 무찌르기 위해서 아구몬이 그레이몬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쓰이는 음악입니다.
반복되는 선율 속에서 악기가 하나씩 추가되며 점점 웅장하게 진화하는 음악을 디지몬의 진화 장면에 삽입한 것은 애니메이션 최고의 음악 연출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유아용 만화로 널리 알려진 “포켓몬” 과 “디지몬” 중에서, 저는 “디지몬” 쪽을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포켓몬”이 오락에 가깝다면, “디지몬”은 극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알록달록 귀엽게 디자인 된 미니어처들을 진열장에 쭈욱 나열하는 느낌이 “포켓몬”이라면,
“디지몬”은 가볍고 달콤한 에피타이저부터 시작해서 요리사가 선보이고 싶었던 컨셉에 맞춘 메인 디쉬를 거쳐가는 코스요리 느낌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은 “이 디지몬 귀엽지? 이런 디지몬도 있다? 진화하면 이렇게 멋지다?” 라는 식으로 전개를 하다가,
중간부터는 악이나 고난을 맞이하고, 미성숙한 아이들이 디지몬과 함께 성장하여 그것을 이겨낸다는 전개가 전형적인 소년만화 스타일이라 재밌습니다.
포켓몬이 옵니버스 스타일로 시즌을 반복하는 것에 반해서,
디지몬은 확실히 기승전결이 있고, 세계관을 공유하며 극이 전개되어 오타쿠스러움이 강할수록 더 선호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이런 식의 연출을 좋아하신다면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다른 작품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적절한 장면에서 적절한 음악과 그에 걸맞는 애니메이션…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오직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표현할 수 있는 초공간적인 요소를 극한으로 다루는 연출 기법을 선호하죠.
그의 대표작을 나열하자면..
<써머워즈> <시간을 달리는 소녀> <늑대아이> <괴물의 아이> <미래의 미라이> 등이 있겠습니다.
헌터X헌터에서 환영여단과 관련된 에피소드에서 등장하는 레퀴엠 교향곡입니다.
이 곡은 모차르트의 레퀴엠의 마지막 악단인 라크리모사입니다.
제가 영화 ‘아마데우스’를 좋아해서, 이 곡과 관련된 약간의 주저리를 얹겠습니다.
‘레퀴엠’ 이라는 것은 한국어로 ‘진혼곡’ 입니다. 죽은 자들의 넋을 풀어주기 위해 쓰이는, 장례식에서 주로 사용되는 음악이죠.
누군가의 장례를 위해서 제작하는 음악인 만큼, 돈 좀 있는 자들이 작곡가에게 의뢰를 하여 만드는 음악입니다.
어느 날, 정체 모를 남자가 야심한 시각 모차르트의 집 문을 두드리며 진혼곡을 하나 만들어 줄 것을 의뢰했지요.
모차르트는 그 의뢰에 따라 열심히 진혼곡을 작곡하던 와중…
끝내 그 곡을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는.. 그런 스토리가 숨어 있답니다.
헌터X헌터에도 이 진혼곡이 등장하기까지 흥미로운 스토리가 있습니다.
헌터X헌터 세계관에는 붉은 눈을 가지는 종족인, 쿠르타족이 등장합니다.
이들의 감정이 격해질 때, 눈이 붉은 색으로 변합니다. 감정이 격해진 상태로 죽이면 붉은 눈인 상태로 계속해서 그 빛깔을 유지하죠.
이 붉은 빛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세계관 내에서는 세계 7대 미색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워낙 잔혹한 세계관인지라, 부호들 사이에서는 이들의 눈이 비싼 값에 거래가 되는데요.
이 돈을 노리고 일족 전체를 몰살하는 집단까지 나타날 정도지요.
이 몰살 속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가 크라피카입니다.
그리고 크라피카를 제외한 일족들을 몰살한 놈들이 바로 이 작품의 대표적인 빌런 집단 ‘환영여단’ 입니다.
환영여단에게 복수를 하는 것만이 크라피카가 살아가는 이유로 묘사가 되지요.
크라피카는 복수를 위해 어떻게든 환영여단과 접점을 만드려 애를 씁니다.
그렇게 결국 여단의 일원 중 하나인 ‘우보긴’을 상대할 기회를 얻게 되는데요.
우보긴은 크라피카가 별 것 아닌 놈이라고 생각했으나
오직 복수만을 위해 각성한 크라피카는 저력을 보여줍니다.
‘이 능력은 오로지 여단을 상대로만 발동한다.’ 라는 제약을 통해서, 자신의 구속 능력을 더욱이 강하게 만들었죠.
이거 주술회전부터 본 MZ 오타쿠들한테 말하고 싶은 건데…
여기가 진짜 원조란 말입니다!! 주술회전 봤으면, 제발 헌터X헌터 봐줘…
각설하고… 위와 같은 능력을 이용해서 크라피카는 우보긴을 처치하는 것에 성공하게 됩니다.
환영여단은 멤버 하나를 잃게된 것이죠.
이후 환영여단이 보인 행보가 입이 떡 벌어집니다.
죽은 우보긴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2000명의 마피아를 학살합니다.
그리고서 하는 말이 위 대사에요.
“우리가 당신에게 전하는 레퀴엠입니다.”
참… 싸이코 같은데… 간지가 나지요?
애니메이션에서 이 부분에서 사용되는 BGM이 바로 모차르트의 레퀴엠입니다.
이미 죽은 동료 한 명을 위해서 다른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하며 잔잔하게 펼쳐지는 레퀴엠은 이들이 얼마나 정신이 단단히 나간 집단인지 보여줍니다.
워낙에 분량이 긴 작품이다 보니까 애니메이션 보다는 원작으로 감상하는 것을 추천하긴 하지만..
이 장면 만큼은 애니메이션을 꼭 한 번 시청해 보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에반게리온 프렌차이즈에서 가장 애용되는 클래식입니다.
베토벤 교향곡 9번 환희의 송가입니다.
교향곡에서 합창을 하는 부분이 있는데, 합창을 하는 대사는
“모든 인류가 하나 되어 신의 곁으로 돌아간다.”라는 대사입니다.
에반게리온을 감상하신 분들이라면 참 절묘한 대사구나 싶을 겁니다.
에반게리온 심포니가 있을 정도로, 에반게리온 작품 내에서는 많은 클래식이 사용되었습니다.
지금에 와서야 애니메이션 내부에 클래식을 사용하는 것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연출이지요.
하지만, 에반게리온이 등장하기 이전 애니메이션에서는 클래식을 적극 활용한 연출이 전무하다고 봐도 될 정도로
애니메이션 내부에 클래식을 넣는다는 것은 어색한 일이었습니다.
긴장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잠시 긴박한 음악과 효과음을 넣고, 이완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풀어지는 음악을 넣는 정도로
굳이 클래식이라는 힘 있는 음악을 넣어 작품 몰입을 이끌겠다는 발상이 덜한 시대였죠.
하지만, 에반게리온에서는 클래식 음악을 통해서 더욱이 작품 몰입도를 끌어올렸고
단순히 만화 영화가 아니라 이것이 하나의 극이며 작품임을 호소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기에
현대에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클래식을 애니메이션 작품 내에서 활용을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은 제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일부 공유한 것 같은 느낌이 있네요.
단순 작업이 필요한 노동을 할 때면, 이런 음악들을 틀어두고 작업을 하면 효율이 높아지더군요.
유튜브에는 이런 애니 속 클래식을 이용해 만들어둔 플레이리스트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혹여 음악이 필요한 시간에 애니 속 클래식 리스트를 감상해보시는 것은 어떠실까요?
다음에도 또 비루한 주제를 가지고 포스팅을 해보겠습니다.
여기까지 봐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